부모님과 자유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중간에 무조건 투어 하나를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리스본 근교여행을 찾아보다 ‘헤갈레이라 별장’을 알게 됐고, 가는 법이 어렵진 않지만 여행 막바지라 몸이 지쳤을 거 같아 투어를 신청했다.
마이리얼트립에서 평이 엄청 좋았던 ‘로맨틱 파라다이스 투어’로 정했고, 다행히도 내가 계획한 날에 투어를 신청할 수 있었다. 미리 말하자면 로맨틱 파라다이스 투어가 내가 경험한 투어 중 가장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https://myrealt.rip/5Yb476
“이 포스팅은 마이리얼트립 마케팅 파트너의 일환으로, 구매 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아, 유럽 여행을 하면서 교통수단으로 힘든 적이 그동안 없었는데 리스본은 쫌 힘들었다.
구글과 리스본이 안 맞는 건가? 구글에서 버스 타는 위치가 반대편으로 나와있고, 트램 타는 위치도 길 가운데(전혀 탈 위치가 아니고 도로 한복판)에 표시되어 있었다.
투어 당일에도 꽤 여유롭게 나와 버스 정거장에서 기다리는데, 위치가 잘못 표시되어 있어 예상한 시간보다 15분은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꽉 찬 17명 투어였고 다들 늦지 않고 도착해서, 정시에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차에 타기 전에 이름 확인과 함께 현금을 드리고, 투어용 귀마개를 받아 자리에 앉으면 된다. 차는 벤츠 미니버스였고 뽑은 지 얼마 안 된 깨끗한 차였다. 각자 자리에는 물이 꽂아져 있고 맨 앞에 냉장고가 있어서 물을 꺼내먹을 수 있었다.
가이드님이 리뷰 그대로 정말 아나운서 같으셨다. 귀에 쏙쏙 박히는 딕션과 설명들❤️ 신트라까지는 약 40분정도 소요됐는데, 가는 동안에 리스본에 대한 이야기와 신트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분명 리스본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오다가 날씨가 개서 무지개도 봤는데, 신트라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신트라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다. 신트라에서 첫 방문지는 '헤갈레이라 별장'이다. 부자 상인인 '몬테이루'가 지은 이 별장은 이 땅의 원 소유자인 헤갈레이라 자작부인의 이름을 땄다고 한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비도 자주 오기 때문에 이끼로 뒤덮여있었다. 때마침 비도 와서 이끼들이 더 푸룻푸룻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나무에 낀 이끼들과 녹차라떼가 생각나는 연못.
드디어 기대했던 헤갈레이라 우물. 가기 전 몇몇 리뷰들을 봤었는데, 셀프 투어를 하다 보면 이 우물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근데 막상 직접 경험해 보니 우물 밑에 갈림길이 있긴 하지만, 셀프로 가서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말길!
이 우물의 계단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과 천국을 상징한다고 한다. 실제로 가서 보니 더 신비로웠다.
잠시 고양이 구경 타임
우물을 본 뒤에 '헤갈레이라 별장'에서 잠시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헤갈레이라 별장은 마누엘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되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내부로 들어가면 벽지들과 가구들이 멋스러운 걸 알 수 있다.
헤갈레이라 별장에서 내려와 사진을 찍으면, 누가 봐도 해외여행 중인 걸 뽐낼 수 있을 정도로 멋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약 2시간 동안 구경을 마치고 드!디!어 밥 먹으러 간다. 차에 담요도 따로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구경을 하다가 추우면 담요를 요청하면 된다. 'Nortada' 레스토랑까지는 20~25분정도 걸렸고, 레스토랑의 위치가 기가 막혔다. 바다 바로 앞이라 날씨만 좋으면 테라스에서 먹기 딱 좋은 곳이다. 하지만 나는 비바람이 장난 아닐 때 방문했고... 바람 부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가이드님이 투어 전 날, 레스토랑 정보를 알려주고 어떤 메뉴들이 유명한지 미리 카톡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혼자 온 분들도 혼자 온 분들끼리 짝지어서 먹었다. 사이좋아 보였음 ㅎㅎ)
조명 때문인지 내부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시고 싶었던 와인도 1병 시키고, 성인 3명에서 총 5개 메뉴를 시켰다.
1.게등딱지볶음밥 Stuffed Crab(Sapateira Recheada) 29유로
2.생 굴 Oysters 4개 11.20유로 (1개당 2.8유로)
3. 고추튀김 Pimentos Pádron 6.00유로
4. 새우카레 Moqueca camarao 19.20유로
5. 문어요리 Octopus "Nortada"(Polvo Nortada) 25.00유로
6. 빵추가 bread (Pao) 1.40유로
모든 메뉴가 맛있었다. 평소 생굴 좋아하면 이곳에서 먹는 걸 추천한다(나는 굴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굴에 대한 더 이상의 코멘트는 남길 수 없다. (아빠가 굴 귀신이라 엄청 좋아하심)
고추튀김은 사실 우리나라처럼 막 바삭바삭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맛있었고, 게볶음밥과 문어 요리가 제일 맛있었다. 특히 문어 비주얼이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와서 몇 년 치 해산물을 다 먹는 거 같다.
평소엔 디저트 안 시켜 먹는데, 이날만큼은 날도 추웠어서 디저트랑 블랙 커피를 시켰다.
Doce Nortada 6.00유로 (무난하게 맛있는 맛, 그릇형태로 되어있는 파이지? 뜯어먹는 재미가 있었다)
커피 2잔 Cafe 2.6유로 (커피 싸니까 추운 날 마셔보자)
총 126유로(약 19만원) 두둥. 저녁은 간단하게 먹기로 타협
다들 밥 먹고 바다 구경하려고 하는데, 바람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서둘러 차 타고 절벽 마을로 이동!!!! 비가 멈추질 않아요... 절벽마을인 '아제나스두마르'에 갔을 때 역대급이었다. 혹시 몰라서 한국에서 비옷을 챙겨 왔는데, 비옷을 입게 될 줄이야.... 아빠 살려
(가이드님이 장우산과 우비도 구비하고 있으셔서, 다들 우산을 튼튼한 거로 쓰거나 우비를 입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바람 때문에 비명이 나왔다. 솔직히 절벽이고 뭐고 비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면서 재밌었다. 급 비구름이 사라져서 얼른 절벽마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인 호카곶으로 이동....! 와 호카곶에 패키지 관광객 진짜 진짜 많았다. 비가 더 와서 기념품샵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이곳에서도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가이드님이 계속 주변에 계셔서 사진도 찍어주셨다(사진 눈치 싸움해야 찍을 수 있었음). 덕분에 가족들과 같이 사진 찍을 수 있었다 ㅎㅎ
바람도 워낙 많이 불어서 모자는 벗는 걸 추천, 패키지여행 오신 아버님이 사진 찍다가 모자 날아가서 내가 주웠는데 감사 인사는 안 하시고ㅋㅋㅋㅋㅋㅋㅋ본인 사진 찍어달라고 하심. 우리 아빤 줄ㅋㅋㅋㅋㅋㅋ여행이라 다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한국에선 웃고 못 넘어갈 듯)
자유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목적지인 '페나성'으로 출발~ 페나성은 독일 출신 페르난도 2세가 아내를 위해 지은 여름 궁전이다.
날씨가 이래서인지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페나성 입구에서 작은 버스를 추가 비용 내고 올라가야 하지만, 가이드님이 추위에 고생하는 우리를 위해 버스비를 쏘셨다(감사합니다...😭). 페나성은 알록달록한 색이 매력인데, 안개 때문에 그 색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입구에는 일본 동백꽃이 있었는데, 진짜 너무 예쁘게 생겨서 조화인 줄 알았다. 진짜 진짜 살면서 본 꽃 중에 젤 예뻐서 페나성보다 저 꽃이 더 기억에 남았다.
역시나 페나성에도 마누엘 양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을 안 했지만, 마누엘 양식은 포르투갈 고유 건축 양식이다. 포르투갈 왕 마누엘 1세가 항로 개척에 힘쓰면서, 식민지에서 가져온 막대한 부로 화려한 건축(=마누엘 양식)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밧줄, 어패류(조개,산호)가 마누엘 양식의 특징이다.
페나성을 그대로 재현한 스테인드글라스
이 사진에서도 보이는 마누엘 양식, 밧줄과 산호가 인상 깊었다. 안개에 갇힌 페나성...
아기자기한 방 구경 타임, 실제로 포르투갈 사람들의 신장은 작은 편이었다고 한다. 투어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
침대 사이즈나 의자 사이즈를 보면 신장이 작았던 걸 느낄 수 있다.
동백꽃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찻잔들. 귀여워서 집에 갖고 오고 싶었다. 기념품 샵에 있길 바랐지만 없었다.
스테인글라스로 장식한 조명,
비를 피해 나뭇잎 밑으로 숨은 검은 고앵이
페나성을 다 구경하고 나온 시간은 6시였다. 차를 타고 리스본 가는 길엔 수면 타임이다.
다행히도 리스본은 맑은 날씨였고, 투어 끝나고 인사를 하는데 가이드님이 준비한 선물!!!!!!신트라 전통빵인 베개빵(트라베세이루)과 케이자다(타르트처럼 생긴)를 주셨다. 안 그래도 신트라 검색할 때 베개빵 존재를 알게 됐는데 이렇게 먹어보다니...😃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투어날이 마지막 리스본이라, 가이드 님이 추천해 준 기념품샵 가서 잔과 쿠토 바세린을 구매했다. 와인샵 가서 와인 잔뜩 사고, 엘 꼬르떼 가서 과자도 왕창 샀다. 캐리어에 빈 공간이 없는 걸 보니, 꽤나 만족스러운 쇼핑을 했다고 느꼈다.
유럽 여행을 여러 번 하면서, 다양한 투어를 했지만 이 투어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가이드님의 배려와 열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투어에 참여한 여행객들에게 많이 신경 쓴 게 느껴져서 궂은 날씨임에도 만족스러웠다(베개빵 주셔서 그런 거 아님)
리스본을 또 갈지는 모르겠지만, 또 가게 되면 다시 참여해보고 싶은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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